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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에 기업 진출 사례

(르포)폴란드를 바꾸는 `건설한국` 현장을 가다
이데일리  기사전송 2006-09-27 16:11 
- GS건설 브로츠와프 현장.."1년만에 무밭이 LCD밭으로"

[브로츠와프=이데일리 윤도진기자] 우리 교민을 다 꼽아도 고작 700명 가량에 불과한 폴란드에 `한국로(Koreanska)`, `서울로(Seulska)`가 생겨났다. 폴란드 남서부 브로츠와프 주(洲) 코베르지체라는 농촌마을의 이야기다. 브로츠와프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은 150여명 뿐이지만, 이 곳에서 한국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찾아간 폴란드 브로츠와프 주 외곽의 코베르지체는 전형적인 한가한 농촌 풍경을 가진 곳이었다. 간간히 들어선 민가와 더불어 사탕무, 옥수수, 유채 등의 밭이 폴란드 남부의 너른 평원에 펼쳐 있다.

버스를 타고 이 들판을 가로지르자 한 쪽 편에 대형 크레인이 십여 대가 솟아 있다. 그 사이로는 각종 건설장비들이 먼지를 뿜어내고 있다. 길 맞은편 풍경과도 확연히 다른 모습. 바로 국내 건설사인 GS건설이 지휘하는 디지털 디스플레이 단지의 건설현장이다.

GS건설은 이 곳 한켠의 풍경을 불과 6개월만에 공업단지로 바꿔놓았다. 일부 공장은 3개월만에 라인을 갖춰 시험가동에 들어갈 정도로 건설 속도가 빠르다.

예정상 앞으로 6개월 뒤면 LG필립스LCD, LG전자 등 국내 전자업체들의 디스플레이 및 가전 제품들이 쏟아지는 공장이 완성된다.

GS건설은 예정 공기를 최대한 앞당기고 있다. LG그룹 관계사들의 빠른 동유럽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전자업계의 유럽지역 생산기지 진출 경쟁이 뜨거워 하루라도 빨리 공사를 마무리, 생산라인 가동을 시작하는 것이 경쟁력 확보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최신 PC공법 동원 "준공 더 빨리"

정영욱 GS건설 폴란드 프로젝트 총괄 담당은 "LG전자, LG화학 현장의 기초, 기둥, 슬래브, 계단 등에 일체형 PC 공법을 적용해 현장 기능인력의 부족으로 인한 공기지연을 막고 원가도 절감하고 있다"고 공기 단축을 설명했다.

PC(Precast)공법이란 기둥이나 바닥, 천장 등을 현장 공장에서 제조·생산해 공사 현장에서 조립하는 기법이다. 일부 철골 자재 등은 한국에서 직접 들여온다.

GS건설은 이 밖에도 현지실정에 맞추어 발주처와 긴밀히 협의, 공정을 축소하거나 단순화해 공기를 최소한으로 단축하고 있다.

또 이 지역 6개 프로젝트를 폴란드 지역본부가 직접 조정·통제, 공기저해요소를 사전에 제거하는 것도 빠른 변화를 가능케 하고 있다.

이 단지에서 가장 큰 규모인 LG필립스LCD의 모듈공장은 현재 20만평의 부지 위에서 2층 지붕 공사가 한창이다.

외관상으로는 완성된 모습을 보이는 13만5000여평 부지의 LG전자 LCDTV·냉장고 공장은 내부 마감작업 등의 마무리 공정에 현장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LG화학 편광판 공장은 지붕 덮기 작업이 진행 중이며, 동서전자의 프레스 공장, 희성전자의 백라이트 공장 및 LG이노텍의 인버터 공장 등도 모두 예정보다 앞당겨 공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폴란드, 국가 자존심 내주는 수준의 투자 지원"

공사가 이같이 빠르게 진행되는 데는 폴란드 정부 및 브로츠와프 주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도 한몫하고 있다. 한국로, 서울로 등의 길 이름도 이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LPL 협력업체인 희성전자의 현지 관계자는 "폴란드 정부나 주 정부의 지원이 그야말로 전폭적"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폴란드 정부는 이 지역을 경제특구로 지정한 것에 이어 인근 도로 무상설치, 재산세, 취득세 감면까지 단행했다.

그렇다면 국내 대기업이 폴란드 브로츠와프를 유럽 거점도시로 지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이 지역이 갖는 천혜의 지리적요소 때문이다. 브로츠와프는 서울-대구 정도의 거리에 6개국의 수도가 있다. 직선거리로 체코 프라하가 218Km, 독일 베를린이 295Km로 수도인 바르샤바(301Km)보다도 가까이 있다.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328Km), 슬로바키아의 브라티슬라바(331Km), 헝가리 부다페스트(427Km)도 비행기로 한시간 남짓 거리다.

지리적 요건에 비해 아직까지 교통이 잘 갖춰지지 못한 점은 약점으로 꼽히지만, 향후 910억유로 규모의 EU펀드가 투입돼 이를 개선하면 물류 인프라도 더욱 탄탄해질 전망이다.

◇`느긋한` 현장 근로태도..인력 관리 만만찮아

물론 모든 여건이 녹록한 것은 아니다. 노동자들은 아직 시장경제에 익숙하지 않아, 다소 느근한 근로 태도를 보이고, 능률도 한국인들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게 현장 소장의 전언이다.

폴란드가 외자 유치에 적극 나서며 특히 남부 지역에 공사가 많아 협력업체나 자재, 전문인력 등을 확보하기도 만만찮다. 고위도 지역인 탓에 겨울에는 낮이 짧아 공사 진행이 어려운 점은 현장 관리자들의 마음을 더욱 재촉하게 하는 부분이다.

이런 와중에도 GS건설은 하루 1500~1600여명의 건설인력을 투입, 6개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며 국내 건설사에 큰 획을 긋고 있다.

현재 이 지역에 투입된 GS건설 인력은 총 52명. 이들은 국내와 중동 현장에서 갈고 닦은 건설기술과 관리 노하우로 동유럽 전진기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동유럽 진출을 위한 전진기지를 짓는다는 점과 폴란드 및 동유럽 국가에 국내 건설 기술의 우수성을 심는다는 자긍심을 갖고 있다"며 "이 지역을 발판으로 전 유럽에 국내 건설의 뛰어남을 알리는 데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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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진 spoon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