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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회귀율 갈수록 줄어

우리나라 떠난 연어, 돌아오는 건 '기적'
[조선일보   2007-10-29 03:43:48] 

온난화·환경오염 탓, 회귀율 0.2~0.3%대로 냉수성 어종… 높아진 수온에 몰살 가능성도 회유 경로·기간 등 생태 연구도 본격 시작돼

지난 25일 강원도 양양 남대천 하구에 어른 팔뚝의 두 배가 넘는 굵기에 70㎝까지 자란 연어 떼가 물속에서 힘차게 뛰어올랐다. 마침 이곳에 수학여행을 온 인천 논곡초등학교 학생 160여 명이 이 광경을 보고 일제히 탄성을 터뜨렸다. “와! 연어가 올라온다.” “신기해. 환상적이야~.” 이 학교 이충현(11)군은 “연어가 올라오는 모습을 처음 봤어요. 이렇게 큰 줄 몰랐는데, 정말 신기해요”라고 말했다.

◆3년 만에 고향으로 되돌아온 연어

연어 떼가 남대천으로 몰려오는 것은 10, 11월 두 달간. 2003~2004년 이곳에서 방류된 치어(稚魚)가 미국 서부연안과 알래스카 일대 등 북태평양을 한 바퀴 돌며 어른으로 성장한 뒤 3~4년 만에 고향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연어는 자기가 태어난 하천으로 다시 돌아와 알을 낳는 ‘모천 회귀(母川回歸)’ 본능을 갖고 있다. 영동내수면연구소 이채성 소장은 “성장속도가 빠른 연어는 방류 2년 만에 돌아오기도 하지만, 통상 3년 이상은 걸린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산하 국책연구원인 영동내수면연구소는 1984년부터 인공 수정한 연어를 치어로 키운 뒤 해마다 500만~2100만 마리 가량 방류해 왔다. 지금 돌아오고 있는 연어는 대부분 2004년 방류한 1293만 마리의 일부이다. 그러나 연어가 제 살던 곳으로 무사히 돌아오는 확률(회귀율)은 얼마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조사된 최대 회귀율은 1990년대 중반의 1.5%였다. 연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대형 어류나 새 같은 천적에게 잡아 먹히기 때문에 대부분은 돌아오지 못하는 것이다. 회귀율은 3년 전 방류한 치어 숫자와, 동해안이나 남대천 같은 강에서 포획된 연어 숫자의 비율로 산출한다. 1000만 마리를 방류해 3년 뒤 10만 마리를 잡았을 경우 회귀율은 1%가 되는 셈이다.

이채성 소장은 “우리나라로 연어가 다시 돌아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며 “미국이나 캐나다, 일본의 경우는 많게는 4%까지 돌아오는데, 이는 연어의 회유거리가 그만큼 짧아 천적을 만날 기회가 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1990년대까지만 해도 1%를 웃돌았던 회귀율이 2000년엔 과거의 10분의 1 수준으로 갑자기 뚝 떨어진 뒤 이후 0.2~0.3%대를 맴돌고 있다.

◆연어 회귀율은 왜 떨어지나?

이 연구소는 “2000년 회귀율이 급감한 것은 치어가 방류된 1997년의 바닷물 온도가 과거보다 크게 올라가면서 연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연어는 차가운 물을 좋아하는 냉수성(冷水性) 어종인데, 1997~1998년 태평양 바닷물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는 엘니뇨(el Ni¨no·스페인어로 남자아이란 뜻) 현상이 나타나면서 당시 남대천과 동해 연안의 해수면 온도는 섭씨 1~2도 가량 높아진 상태였다. 어린 연어들이 갑자기 높아진 수온으로 인해 대거 몰살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환경오염도 주요 원인이다. 1990년대 말, 남대천 강바닥의 모래가 대거 채취된데다 2000년 이후엔 모텔과 유흥지 등이 마구 들어서는 바람에 오염에 민감한 연어가 살지 못하는 환경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연어를 잡아 생계를 꾸려 온 지역주민들의 수입도 과거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3대에 걸쳐 남대천에서 연어를 잡아 팔아 온 임영남(39)씨는 “요즘은 10년 전에 비해 연어가 절반도 안 잡힌다”며 아쉬워했다.

◆‘연어 생태’ 연구도 본격 시작

영동내수면연구소는 2003년부터 매년 10만 마리씩의 어린 연어를 골라 머리 한가운데에 방류 연도와 일련번호가 새겨진 가로, 세로 0.5㎜의 작은 금속 조각을 심은 뒤 매년 2월 중순~3월 하순에 방류해 오고 있다. 연어가 어디를 거쳐, 얼마 만에 돌아오는지 등 생태를 파악하고 회귀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현재까지 300마리 가량 연어에서 금속 조각이 회수됐다. 연구소는 칼로 다 자란 연어의 머리를 저며 가면서 금속탐지기를 동원해 조각을 찾아낸다. 현재까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월보다는 3월에 방류한 어린 연어들의 회귀율이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기백 연구사는 “이제 연구가 시작 단계여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어느 시기에 방류한 연어의 회귀율이 높은지 알 수 있게 되면, 연어 방류 시기를 거기에 맞춰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른 나라와 공조해 우리나라 연어의 회유경로도 앞으로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준 기자(남대천) promejun@chosun.com]